이번 주 월요일에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이 무지치가 함께하는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노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이 무지치의 무대는 놀라웠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주자들의 지난 시간이 모두 음악 안에 담긴 듯했습니다. 서로의 호흡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음악이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연주자가 아니라, 오랜 벗과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그대로 오래오래 그들의 연주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나도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건, 나이 들어서 더 깊은 그들의 열정과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진 까닭입니다.
예술의 체험은 그렇게 우리를 다른 시간대에 데려다 놓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잠시 기다리는 것조차 버거운 시대에 오래 듣고, 오래 머무르는 시간을 어릴 때부터 많이 경험하게 했으면 합니다. 그것은 삶의 속도를 조율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 떠들썩한 모임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