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니 계속되던 폭염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절기마저 무색해져 버리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아직은 때를 잊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절기가 날씨를 이겼구나 생각하다가도 여전히 게릴라성으로 이어지는 극한호우에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이틀 후, 8월 15일은 ‘광복 80주년’입니다. “광복(光復)”이라는 말 속에는 해방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빛을 되찾는다는 말, 그 안에는 고통과 희생, 연대와 희망이 켜켜이 담겨 있습니다. 8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광복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그날의 환호와 눈물은 이제 기록과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광복은 어쩌면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계승’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80년 전, 한 세대가 ‘내일’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빛’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도 함께 있습니다.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빛을 잃지 않는 마음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일제의 잔재로 반성하고 청산해야 할 인적 유산의 유지와 지속은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좌절시켜 버렸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를 은폐하고 자본 권력에 집중하는 한편, 이를 다시 독점하며 지금까지 반공이든 자유민주주의든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