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욕망은 언제나 경계와 배제를 통해 힘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힘의 논리가 세계의 질서를 흔들 때, 가장 먼저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언제나 이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는 늘 다른 가능성을 품어왔습니다. 누군가를 밀어내는 힘과 함께, 또 다른 이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제국이 무너진 자리에 시민사회의 언어가 자라났고, 배제의 장벽이 높아질수록 연대의 목소리는 단단해졌습니다.
힘 있는 자의 언어는 늘 분명하고 단호합니다. 그러나 그 언어가 분명해질수록 오히려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름 없는 시민의 연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는 협력, 타인을 향한 조용한 환대. 그것들이야말로 역사가 다음 장을 열어온 힘이었습니다. 공동의 미래를 꾸려가려는 인간의 고유한 희망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글은 인문 무크지 아크 10호 『전환』에 실린 「욕망이 진실을 대체하는 시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김종기)입니다. 이 글을 쓴 김종기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독일 훔볼트대학교에서 미학 및 사회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미학자입니다. 그는 트럼프의 등장 이후 노골적으로 진실보다 감정과 욕망이 우선시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합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균열이며 단순한 정치적 위기가 아닌 진실과 감각의 해체라는 문명적 전환이라고 합니다.
트럼프의 욕망은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지만, 그 균열의 틈새에서 다른 언어는 싹트고 있습니다. 균열은 파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 움트는 틈이기도 합니다. 공공을 다시 생각하려는 노력, 경계 너머를 향한 시선, 그리고 가장 작은 목소리까지 함께하려는 움직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능성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