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지나고 나니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명절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긴 연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습니다.
연휴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던 건 OTT 시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부터 ‘김밥’까지, 동시대 문화의 대표 주자는 역시 K-문화라는 생각에 괜히 제가 다 뿌듯해졌습니다.
그동안 지루하고 고루한 전통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케데헌 속 전통 복식인 한복이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가 ‘갓’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갓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은 네 분뿐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마저도 평균 연령은 83세로 대부분 80대 후반 고령층입니다. 말총을 다듬고, 대올을 깎고, 형태를 만들고 죽사나 명주실을 덧입힌 뒤, 흑칠로 마감하는 지난한 과정을 오롯이 몸으로 기억해 온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겁니다. ‘갓’뿐 아니라 다수의 국가무형유산에서도 전승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당연히 누군가 이어받겠지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마음먹고 둘러보면 그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사라져가는 기술과 몸짓들이 참 많습니다.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걸 보면서 문득, ‘이 화려함이 가능했던 건, 그 아래에 묵묵히 쌓여 있었던 기본 덕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판소리의 한숨이 아이돌의 애드리브 안에 남아 있고, 전통 장신구의 곡선이 패션 속에 숨어 있고, 사계절의 기후에 맞춰 골고루 먹던 한식의 리듬이 K-푸드의 깊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기본’을 돌보는 일보다, 그 위에 올라선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문화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