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서 촉발된 *‘인류세’와 **‘행성적 담론’이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최근 비평 담론에서는 ‘생태적 상상력’과 ‘기후 감수성’이 하나의 기준점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태문학이 자연 찬미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관계의 문학’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과 비인간, 산업화의 잔해와 미래가 서로 얽혀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재난을 그저 배경으로만 삼는 게 아니라 토양, 바다, 비, 바람 등 자연을 독립적 행위자로 등장시키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세계를 인간 중심의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는 풍부하게 분석했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기후적 조건이나 생태적 맥락은 오랫동안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해왔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 과연 인간만의 서사로 세계를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봉착한 것입니다.
문학의 생태학적 전환은 결국 세계를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무엇을 했는가보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라는 공존, 공생의 문제로 보는 것이지요. 이 변화는 문학의 소재나 장르를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해석하는 감각 자체를 재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우리 시대의 문학이 경험하고 있는 생태학적 전환을 인문 무크지 아크 10호 『전환』에 실린 「한국문학의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고봉준)를 통해 살펴봤으면 합니다.
*‘인류세’는 ‘인류에 의한 시대’라는 뜻으로, 인류의 산업화와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대기, 해양, 토양, 생명체 등에서 과거와 구별되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시기를 가리킵니다. 인류로 인해 지구 지질·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시대를 가리키는 지질시대 구분 제안으로, 공식 채택은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공식 채택 여부와는 별개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인식과 담론을 촉진하는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성적 담론’은 지구와 인간, 그리고 비인간 존재들이 하나의 행성 위에서 서로 얽혀 있음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유 방식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