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무크지 아크 11호 『시간』이 발간되었습니다. ‘시간’은 뭐라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너무 애매합니다.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도 사람마다 다르고 심지어 우리가 보는 시계조차 위도와 경도가 달라지면 어긋납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서로 다른 시간대를 통과하며 살아가는 셈이지요. 상상조차 어려운 억겁의 시간부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찰나까지, 시간은 붙잡을 수도, 명확히 규정하기도 힘듭니다.
이번 『시간』에 실린 17편의 글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그리고 각자의 삶 속에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 가는지를 묻고, 시계로 잴 수 없는 삶의 밀도를 예술의 언어로 붙잡기도 합니다. 번아웃과 소진을 시간의 문제로 사유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양자역학과 현대물리학의 시선으로 시간의 구조를 탐색하는 글도 있습니다. 애도와 기억 속에서 의미를 얻는 시간, 국가 기념일이라는 제도를 통해 구성되는 사회의 시간, 세대를 건너 유전되는 시간의 업(業), 그리고 건축과 도시, 유산 속에 축적된 긴 시간까지. 시간을 하나의 척도로 환원하지 않고 각자 다른 리듬으로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늘 새해에 시간을 아끼겠다고 다짐합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시간을 깊게 쓰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살아내는 태도, 시간을 환대하는 태도는 결국 세계를 대하는 윤리로 이어집니다. 한 해의 초입에서 아크 11호 『시간』과 함께 각자의 시간과 마주하는 건 어떨까요? 읽는 시간보다 읽은 뒤에 남는 시간이 더 길고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