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입춘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온이 약간 풀린 듯합니다. 그렇다고 추위가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닙니다. 풀릴 듯, 풀리는 듯하면서 풀리지 않는 건 비단 날씨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될 듯 말 듯 하면서 가슴 졸이게 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입춘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듯이 당장 느끼지 못해도 변화는 서서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문 무크지 『아크』 이성철 고문의 ‘고전의 맛’을 보냅니다. 조바심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고전을 통해 옛 성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고전의 맛
이성철 (『아크』 편집 고문,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4년 6월부터 지인들과 『맹자』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 이전의 『노자』 공부를 마치고 다시 시작한 모임이다. 이 모임을 잘 이끌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뜻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 고전(古典)에는 고전(苦戰)을 면치 못할 면이 있다. 그래도 재밌다. 왜냐하면 ‘시간상으로는 거슬러 오르는 것이 지식에서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일 수도 있고,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끝까지 살아남은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은 늘 궁금하다. 또 가능하면 고전을 읽을 때, 삼독(三讀)의 태도를 지니려고 한다. 먼저 텍스트의 일차적인 내용을 파악한다. 텍스트의 내용들이 그 시절의 어떤 사정과 관련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현재 상황과 견주어본다. 그런 후에 나 자신을 돌아보려고 한다. 책 읽기의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겠다. 신영복 선생님의 붓글씨 ‘삼독서’에 담긴 것이기도 하다.
지난 모임에서는 『맹자』<이루(상)>편의 7장 8절이 마음에 남았다. "어찌 어질지 못한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겠는가? 어질지 못한 사람들은 위태로움을 편안하게 여기고, 재앙을 오히려 이롭게 여겨 망할 일을 즐긴다. 어질지 못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는 것이 괜찮다면 어찌 나라가 망하고 가문이 무너지겠는가? 아이들 노래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의 물이 탁하면 발을 씻네'라는 가사가 있다. 공자는 '제자들아, 들어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탁하면 발을 씻는다고 하는데, 깨끗한 갓끈을 씻게 하거나 더러운 발을 씻게 하는 것은 모두 물이 스스로 깨끗하거나 더럽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삼독의 마음으로 위의 말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어질지 못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는 것이 괜찮다면 어찌 나라가 망하고 가문이 무너지겠는가?”라는 문장에서, 하마터면 나라가 망할 뻔했던 했던 일이 떠올랐다. 1980년에 출간된 『코스모스』의 서문에서 칼 세이건이 한 말도 생각났다. “한 사람이 비이성적 행태로 일단 협박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이러한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협박이 허세를 허세로 묶어 두지 못하고 언젠가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협박을 실행으로 옮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자신이 부리는 허세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풍이 아니라 실제라고 믿게 하려다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만다. 협박은 실행으로 옮겨질 위험을 반드시 동반한다.”
<오늘의 아크 읽어보기 11호_3>
속도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갈 뿐인데 이런 시대에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그 자체로 저항이다. 누군가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가만히 자연의 소리를 듣고, 책의 한 문장을 오래 물고 늘어지는 집중의 시간은 소비가 아니라 '머무름'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