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를 두 번 하고 나니 벌써 2월도 지나갑니다. 일 년의 6분의 1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바빠집니다. 신년 들어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불안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끔 원점을 생각합니다. 정체된 게 아니라 넘어지지 않게 다지고 있는 거라고,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새해 세운 목표가 그저 바람으로 지나지 않도록 2월이 가기 전에 호흡을 깊게 가다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보내는 레터는 인문 무크지 아크의 편집위원이자 건축 이론가인 차윤석 작가의 글입니다. 그가 보내는 글을 읽고 주말에는 일상의 틈에서 잠시 멈추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차윤석(건축이론학자)
워낙 빠르게 많은 건축물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시대이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에 그래도 꿋꿋하게 오랜 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한 번 뒤돌아보게 된다. 문득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는 범어사나 장안사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사실 필자도 얼마 전까지는 장안사 대웅전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산 최고(最古)의 건축물은 사상구 모라동에 위치한 보물 제1896호 운수사 대웅전이다. 옛 건물들이 다들 그렇듯이,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아직 확인하기 힘들다. 단지 조선 전기에 세워졌다가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3년 해체 수리 당시, 대웅전이 인조 25년인 1647년에 중수(重修, 개보수)되어 효종 6년인 1655년에 완료되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운수사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면서도 산사의 고요함을 간직한 사찰이다. 주변에 주거지와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진다. 운수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랜 시간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사찰로, 그 중심에서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은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한 건축미와 안정감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곳의 대웅전은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라기보다, 일상의 틈에서 잠시 멈추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에 가깝다. 법당 앞에 서면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은은한 향냄새가 복잡한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시간이 날 때, 운수사를 방문하여 108계단을 오르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아크 읽어보기 11호_5>
"시간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를 지배한다." 이 말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중에 나오는 대사다. 나는 이 문장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다.
절대적인, 또는 표준적인 시간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선택, 관계와 변화를 지배하는 '또 다른 시간'의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