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유명한 시장들이 참 많다. 영화를 통해 전국적 유명세를 탄 국제시장을 비롯해, 부산하면 떠오르는 자갈치시장, 부평깡통시장, 요즘 MZ들에게 인기 있는 부전시장 등. 이 외에도 예전엔 동네마다 작은 시장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요즘은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시장의 몰락을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 탓으로 돌리기도 하나,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고 시장이고 다들 노쇠해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이야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물건들을 다 구할 수 있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장이 마트였고, 쇼핑몰이었으며 사랑방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물건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호객, 흥정인지 싸움인지 모를 가격을 둘러싼 실랑이, 음식 냄새. 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인 시장은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누군가에게는 정신없는 공간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다들 예전만 못하긴 하지만.
그 많은 부산의 시장 중 가장 오래된 시장은 어딜까? 바로 동래시장(東萊市場)이다. 지금은 2층의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 방문객들을 맞이해주고 있으나, 동래시장은 의외로 나이가 많다. 동래시장의 기원은 조선 시대 읍성장이다. 이 시장에 대한 기록은 1770년(영조 46)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서 처음 언급되었고, 아마도 시장은 그 이전부터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니, 동래시장은 벌써 250살이 넘었다. 예전만 못하다곤 하지만, 아직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공간이다.
이제 날씨도 서서히 풀리고 걷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간만에 가족이나 지인들과 동래읍성지, 복천동 고분군을 산책하고 동래시장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해 보는 것은 어떨까?